부모님에게 자녀 결혼은 인생의 가장 큰 숙제일 거예요.
그래서 결혼정보회사 가입문의도 부모님이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신입 매니저 시절에 부모님들과의 진행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30대 중반의 아들 결혼을 위해 어머니가 상담신청을 하셨습니다.
아들은 지방 4년제 대학 졸업, 중견기업 근무, 키 175에 조금은 무뚝뚝해 보이는 외모로 다소 평범한 프로필이었습니다. 그런데 특이사항은 집안 재력이 상당했는데요. 부모님이 장사로 크게 성공하셨고, 강남에 400억대 빌딩을 소유하고 계셨습니다.
현명하고 똑똑한 여성...
어머니의 며느리 조건은 얼핏 명확했습니다.
학벌이 좋은 여성으로 소개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어머니는 아들이랑 안맞는다, 더 신경을 써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계속 새로운 소개를 요청했고, 소개를 하면 거절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거절하는 어머니에게 어떤 점이 마음에 안드는지 얘기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여대는 싫고, 스카이 졸업,아니면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이 좋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집안 재력이 좋다 해도 어머니의 욕심이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어머니의 바람과 현실적인 부분은 다르다는 것을 잘 설명하겠지만, 나이도 어리고 신입이었던 저는 어머니가 원하는 부분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눈앞이 깜깜할 뿐이었습니다.
이후로 고난이 시작되었습니다.
고학력, 전문직 여성에게 남성 프로필을 바로 보내면 실망하거나 컴플레인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전화로 남성의 장점을 어필한 다음 설득이 된 여성들에게만 프로필을 보냈습니다. 걱정한 대로 열에 아홉은 이야기만 듣고도 거절했습니다.
미팅연결은 잘 되지 않고, 어머니는 매일 전화를 해서 “찾기 어려우면 그냥 탈퇴하겠다”고 압력을 주시고...
커플매니저가 된 후 가장 힘들었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렵게, 어렵게 만남을 주선하던 중 다섯 번째 미팅을 끝냈을 때부터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연락을 드렸더니 어머니는 아들이 얼마 전 소개를 했던 공무원 여성과 만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4~5개월쯤 지났을 때 회사 회계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어머니가 결혼성사금이라며 큰 돈을 입금하셨다는 거였습니다. 당시는 결혼성사금이 의무사항도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너무 놀라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그동안 자기 때문에 고생한 거 안다, 정말 소개를 잘해줘서 사례를 하고 싶었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에 그동안 고생했던 게 한순간에 녹아버렸습니다.
지금은 좋은 추억으로 얘기하는 이 사례는 제가 커플매니저로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커플매니저 이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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