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지난 20년을 보면 ‘상전벽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대학 졸업 후 30대 초반에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유통업을 시작했다가 2-3년 만에 다 말아먹었다.
본인 표현으로는 “죽고 싶어도 빚쟁이들이 부모님 찾아가 괴롭힐까봐 죽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비참하고 절망적인 나날이었다.
몇 달간 노숙자처럼 길거리를 헤매면서 밑바닥을 경험하고 나니 더 이상 겁나는 게 없었다고 한다.
그는 다시 일어섰고, 운 좋게도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조수로 들어가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 일을 배웠고, 몇 년 만에 독립해서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연수입이 1억 이상 되고, 집 두채에 땅도 있는 알부자가 되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첫 번째 사업을 하던 20여 년 전이었는데, 당시 그는 사업을 확장시키느라 돈에 굶주려 있었고, 그래서 든든한 ‘빽’이 되어줄 수 있는 돈 많은 여성을 만나고 싶어했다.
몇 번 선을 보다가 갑자기 사업이 기울어서 결혼을 포기하고 내 앞에서 사라졌다가 20년 만에 그야말로 금의환향을 한 것이다.
그리고는 내게 당당하게 말했다. “나 장가 보내주십시오.”
50대 후반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를 빼면 당당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건강하고, 키도 훤칠하고 옛날 같으면 장군감이라는 소리를 들었을만한 남자다운 사람이기도 했다.
인생의 험난한 고개를 몇 개 넘어 자식 결혼시킬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결혼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그 남자의 용기가 가상했다.
“어떤 여성을 원하세요?”
“늦게 결혼을 해도 자식은 하나라도 봐야죠. 출산이 가능한 사람이면..”
“출산이 가능하려면 많아야 30대 후반인데, 연령차가 많이 나네요.”
“힘들겠습니까?”
“안그렇다고는 말씀 못드리겠네요.”
그 남성이 재기에 성공해서 경제적으로 안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상황에서 20살 가까운 나이차는 무리가 있었다.
“출산만 가능하다면 아이 있는 분도 괜찮습니다. 국제결혼도 생각했거든요.”
이렇게까지 자신을 내려놓는 사람에게 어떻게 “1% 확률”이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내가 고생을 하더라도 그에게 꼭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사장님. 제가 눈이 좋습니다.”
“예?”
“바늘구멍을 찾아야 하는데, 다행히 제가 눈이 좋다고요.”
그제서야 내 말을 알아들은 그의 표정이 환해졌다. 50대 후반 총각의 짝을 찾느라 지금 내 안의 중매엔진은 풀가동 중이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이웅진 (ceo@cou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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