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둔 한 어머니가 센터를 통해 나와 통화를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분과 통화를 해보니 시카고에 있는 아들의 결혼상대를 찾아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시카고’라는 말을 듣는 순간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몇년 전이다. 시카고에서 자리잡은 79년생(당시 38세) 딸의 결혼을 걱정하는 한 어머니를 만났다. 명문여대를 나와 역시 엘리트 코스를 밟은 남편과 결혼해 부와 명성을 이뤘고, 70이 가까운 나이에도 미모와 스타일을 유지하는 분이었다. 어머니의 유일한 고민은 외동딸의 결혼이었다.
딸이 있는 시카고는 한국계가 적어서 만남이 쉽지 않은데, 지금은 어울리는 남성이 없더라도 시간을 갖고 기다리면 만남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상담을 했다. 그러겠노라고 했던 어머니는 마음이 급했던지 3~4개월 동안 만남이 없자 그냥 탈퇴를 하고 말았다.
서운하다는 생각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분이어서 그후 비슷한 상황을 겪을 때마다 생각이 났고, 시카고에 좋은 남성이 있으면 소개를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던 차에 오늘 전화한 이 어머니의 아들이 시카고 여성과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카고 거주, 2살 연상, 박사학위를 받고 장래가 촉망되며, 집안 분위기도 비슷한 남성이었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세월이 흘렀으니 결혼을 했을지도 모른다. 혹시나 싶어 여성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어머니는 환불받고 탈퇴한 회원을 아직 기억한다는 것에 고마워했다.
“이러이러한 남성의 어머니가 연락이 왔는데, 따님 생각이 났습니다. 따님 결혼했나 요?”
“아뇨.. 아직요. 들어보니 욕심나는 청년이네요.”
“네...무엇보다 시카고에 있다니까요, 지근거리에서 만날 수 있으니...”
확신에 찬 내 말은 어머니의 다음 질문에 끝이 나버렸다,
“근데...신랑감 종교는요? 우리 딸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서요.”
아뿔사, 그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다. 워낙 만남 기회가 적은 경우라서 일단 전화부터 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대부분 교회에 다니고, 대인관계가 교회를 통해 이뤄지므로 그 남성도 교회에 다닐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우리 아들은 교회 안다니는데.. 여성쪽이 종교를 중요하게 생각하나 봐요...”
“그렇습니까? 종교 비중이 높은 집안이라서요. 제가 다시 한번 알아는 보겠지만...”
양쪽 어머니는 너무 아쉬워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의견이 중요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이렇게 상황이 종료되는 듯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30분 쯤 있다가 두 어머니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어머니... 종교는 결혼에서 중요한 부분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자녀가 한국계를 만나 기 어려운 곳에 있고, 그럼에도 한국계를 원하는데, 종교 하나 때문에 만나기도 전에 포기하는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나중에 분명 후회하게 되고요...”
내 일장연설을 가만히 듣고 있던 여성 어머니는
“그러게요.. 종교가 서로 다른 것도 아니고, 결혼해서 얼마든지 교회에 같이 다닐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이렇게 맞장구를 쳤고, 남성 어머니 역시
“우리 아들이 교회를 안다니는 거지, 싫어한다는 말은 안했어요...”하고 여지를 남겼다.
아직 당사자들에게서 연락은 안온 상태다. 하지만 서로 말이 잘 통하고, 마음이 맞으면 종교에 대한 공감도 갖게 될 것이다.
결혼상대를 만나는 것은 내 몸에 잘 맞는 옷을 찾는 게 아니라 옷이 몸에 좀 안맞더라도 단추를 다시 달고, 길이를 조절해서 옷이 내 몸에 잘 맞게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진열대에 걸려있는 옷을 보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일단 입어보고 움직여보면 또 느낌이 달라진다.
남녀만남도 일단 만나보고 느낌을 확인하고, 대화를 해보면 어느 대학을 나오고, 어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라는 프로필만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보인다. 그게 진짜 만남이다.
문의만 한 사람과 탈퇴한 사람을 만나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럼에도 그때 그때의 상황판단과 신념에 따라 이렇게 만남을 주선하기도 한다. 어쩔 수 없는 중매쟁이 팔자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이웅진 (ceo@cou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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