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전후로 결혼문화, 배우자 선택문화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를 상징하는 몇가지 키워드 중 하나는 궁합이다.
서로 좋아해도 궁합이 안맞으면 헤어져야 했던 시대도 있었다. 2-30년 전까지만 해도 궁합을 많이 봤다. 그러다가 점차 궁합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중매의 신’으로 불리는 이웅진 대표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혼한 커플 중 30% 정도는 궁합이 좋았고, 30%는 궁합이 안좋았고, 나머지는 궁합을 안봤다고 했다. 그러니까 궁합이 결혼생활과 큰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극히 일부 사람들은 아직도 궁합을 본다. 있는 집안일수록 그런 경향이 있다. 최근 내가 진땀을 흘리고 있는 경우가 바로 그렇다.
한 남성회원의 어머니는 전화를 했다 하면 1시간 이상 통화하는 게 보통이다. 최고 조건을 가졌고, 정말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듣던 커플이 결혼 몇 개월 만에 이혼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다.
재벌가 아들인 남성은 미국 유학을 다녀온 훤칠한 미남자이다. 많은 여성을 소개했지만, 거의 다 거절했다. 눈이 높아서? 더 높은 장벽이 있었다. 궁합을 맹신하는 어머니였다.
좀 괜찮다 싶으면 궁합이 안맞는다는 얘기가 나왔다. 설득을 해봐도 어머니는 집안에 좋은 사람이 들어와야 한다면서 뜻을 굽히지 않았고, 남성 역시 그렇게 교육을 받아온 터라 이견이 없었다.
답답한 몇 개월이 흘렀다. 그러던 중 드.디.어 궁합이 좋은 여성이 등장했다.
유명 역술가에게 비싼 돈을 들여 궁합을 봤더니 ‘천생연분’이라는 것이다.
여성은 미국에서 태어난 교포인데, 부모님과 함께 역이민을 해서 한국에 살고 있었다. 미국 명문대를 졸업했고, 한국에서 전문직으로 일하고 있는 여성이었다.
당사자도 호감이 있었고, 서로 여건이 맞아 좋다 했는데, 어머니가 밀어붙여 결혼이 빨리 진행됐다. 그게 6개월 전이었다.
많은 추천과 거절이 있었고, 어렵게 성사됐고, 최고의 커플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잘 살겠거니 했다.
그런데 1달 전쯤 어머니가 다시 연락을 했다.
결혼커플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잘 살면 연락이 없다. 다시 연락이 온다는 건 불길한 징조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 결혼생활이 원만치 않다고 했다.
궁합도 좋고, 다 잘 맞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결혼을 해보니 맞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성격은 물론 식성, 생활습관도 달랐고, 심지어 여성이 냄새에 민감해서 남성이 바르는 로션향도 싫어했다고 한다. 또 깔끔한 성격의 남성은 게으르고 정리를 잘 안하는 여성을 못견뎌했다.
어머니는 이런 말도 했다. “즉석밥이라니요..” 두 사람 다 바쁘게 살다 보니 식사를 거르는 일이 많았고, 어쩌다 집에서 밥을 먹을 때 즉석밥을 데워먹은 모양이다.
“그런 건 다 이해하겠는데요.. 며느리가 아이 낳을 생각이 없더라고요”라는 어머니 말에 이 커플은 회생 불가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은 외아들이고, 손 귀한 집안이라 못해도 두 명은 낳아야 하는데, 여성은 딩크족이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이렇게 2주 정도를 매일 전화를 해서 아들이 이혼 딱지를 달게 생겼다고 한탄을 하고, 며느리 흉도 보고, 누구를 만났으면 좋았을 거라며 후회도 했다. 그럴 때마다 ‘궁합’ 얘기가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참았다.
그런데 며칠 전 어머니가 새로운 주장을 하는 것이다.
“걔가 미국에서 태어났잖아요. 그럼 나한테 알려준 생시도 미국 시간일 거 아녜요? 한국 시간으로 해야 하는데...그러니까 궁합이 안맞는 거네.. ”
결혼이 잘못된 이유를 찾다 보니 이런 논리까지 등장했다. 아들 일로 속상한 어머니 심정을 잘 알지만, 궁합에서 생각이 벗어나질 못했다.
한숨이 나왔지만,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의 신념을 평가할 수는 없기에.
이성미 결혼정보회사 선우 커플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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